나의 이름 모음
종이에 잉크
가변설치
2014
Name/Sign - My Name Collection
marker on paper
dimension variable
2014
아버지에게 내 이름 후보들을 물었던 작업( <내가 될 뻔한 이름들>) 이후로, 내가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면 지금 내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드는 느낌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궁금해졌다. 아니, 달라지기는 할까?
이름은 대체로 출생 즈음에, 내가 지금보다도 나의 정체성을 갖추기 이전에 주어진다. 지어준 사람의 기대나 소망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가계의 규칙을 따라 구조 안의 개인의 위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정 의미를 담기도 하지만, 어감이나 동음이의어를 고려하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이름 중에 고를 수도 있으며, 특정 이름을 기피하기도 하고, 외국에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발음을 생각하기도 한다. 이름은 기호이지만 이 기표와 기의 간의 관계는 단순히 자의적이지 않다. 기표가 기의를 지시할 때, 그 이름(의 어감, 의미, 당사자와의 관계, 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 등)에 대한 개인(이름을 지은 개인과, 상황 속에서 이름을 부르는 발화자와, 그 이름을 듣는 (당사자 아닌) 제3자 등)이 가진 수많은 레퍼런스들이 달라붙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름은 조금은 이상한 기호이다.
이 작업은 또한, 유학을 앞두고 영어 이름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자문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나의 이름이 비교적 드문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당시에 나는 누군가에게 n번째 제인, m번째 진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이름을 가진다는 아이디어는, 성인이 되어 개명하는 사람들과 달리, 다시금 타인이 나의 이름을 지어주는 과정에서 내가 속한 관계망에서 유래하는 수많은 사적 레퍼런스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에 가 닿았고, 내 고유한 이름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단 하나의 이름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데에 다다랐다. 사람의 다면적인 모습에 각각 이름을 붙여준다면 어떨까.
나를 아는 각각의 사람들이 보는 나를 무엇이라 부를지 그들이 정하게 했다. 그 사람들의 관계망에 있는 또다른 사람, 혹은 가상의 인물의 이름이 내 이름의 레퍼런스가 될 수도 있고, 그들이 보는 나의 모습을 단어로 빚어 줄 수도 있으며, ‘다다(Dada)’의 이름을 정하듯 무작위하게 뽑은 무언가를 내 이름으로 줄 수도 있었다. 또한,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름을 지어 달라고 했다. 그들이 이름들을 각자의 손으로 써서 나에게 주면, 나는 그것을 컴퓨터로 픽셀화 한 후, 다시 한 칸 한 칸 내 손으로 베껴냈다. 이 드로잉은 순진하게 둥둥 떠다니는 기표이기도 하고, 사적인 발견이 함축된 물리적인 흔적이기도 하다.
The relationship between a signifier and a signified is arbitrary -- but what if it is a name and a specified, tangible, person?
Unlike the arbitrary pair in semiotics, a name seems to carry various expectations of and sometimes even prejudgments toward a person, even though it is usually given before one's personality is developed.
Thus, to draw the irony in name that has both wish and chance, I took my name to be a multifaceted facade by asking both close friends and strangers to make some new names. Some coined names that bear certain meanings and virtues to be clothed with, or indicates characteristics they had seen in me. Others gave names that were taken from other people whom I resemble. Of course there were random names as well.
I received what they wrote in their own handwriting, along with the date and their own names as celebrities sign their autographs. Next, the writings were pixelated, and then copied by my hand, cell by cell, using the same Sharpie marker and paper. These drawings are solely arbitrary floating signifiers, or physical traces that are heavily infused with personal discoveries.
제작 과정 (making process)
연관 작업 :
〰 내가 될 뻔한 이름들
연관 작업 :
〰 my nominated na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