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 연습
싱글채널 비디오
3분 36초
2014
Practicing Your Utterance
single channel video 3:36
2014
내가 아는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를 때 나는 목소리로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그 사람은 나의 기표(이름)를 발화하지만, 발화자의 목소리는 발화자를 지시하는 기표가 된다.
<나의 이름 모음>에서 여러 이름을 받음으로써 이름이라는 기표에 있는 수많은 사적인 기의들을 가시화했다면, 이 작업에서는 발성이라는 기표를 둘 이상의 사람이 교환한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영어 발음을 좋게 하기 위해 혀 수술을 받는 또래들이 있었고 요즘도 그러한 수술이 자행되고 있다. 사실 혀 밑의 힘줄을 잘라낸다고 해서 원어민의 발음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런 수술이 주로 당사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행해지는 것은,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 위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위계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개인이 선택할 수 있을까?
미국으로의 유학을 앞두고 나는 영어식 이름을 짓지 않고 기존의 내 이름을 사용하되, 그들이 잘 기억하고 발음할 수 있도록 몇번이고 내가 내 이름을 부르는 방식 그대로 말해주기로 생각했다. 내 발음이 그들의 입에 각인되기까지. 미국에는 “Walk a mile in my shoes”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상대방을 판단하기 이전에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아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작업은 신발 대신, 스스로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을 상대방이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동화(assimilation)는 불가능할 것이다. 모국어가 같은 사람들도 그 차이가 비교적 옅을 뿐, 각자 다른 발음을 가지고 있다. 이 퍼포먼스-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틀이 만들어지고 엿이 굳기까지, 나는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상대방을 향한 한걸음을 더 내딛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 작업에는, 나를 포함하여 둘 이상의 참가자가 필요하다.
각자의 이름에서 한 음절을 고른 후, 그 소리를 내는 상태의 구강을 알지네이트*로 캐스팅한다.
캐스팅된 모양으로 다시 틀을 만들어서 구강 구조가 네가티브 스페이스가 되게 한다.
틀 안에 엿을 녹여 부어서 구강 구조를 떠낸 다음, 그것이 굳으면 상대방의 입에 넣어준다.
각자는 마치 관악기처럼, 상대방의 구강 구조 캐스팅 엿을 입에 문 채로 상대방이 고른 음절을 상대방의 방식대로 소리내려 노력한다.
엿이 녹아 자신의 발음이 두드러지게 될 때까지 계속 소리낸다.
엿 조각이 남았다면 뱉어내고, 스크래블 게임**의 타일 조각으로 최대한 기존의 영어 단어를 활용하여 음절의 소리를 표시한다.
(엿 캐스팅을 만드는 시간은 기온에 따라 약 3~4시간가량 소요된다)
*알지네이트 : 인체에 무해한 구강용 캐스팅제.
**스크래블 게임 : 알파벳이 적힌 타일들로 영어 단어를 만드는 보드게임으로, 끝말잇기처럼 어린이들에게 영단어를 가르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엿, Scrabble 타일 조각
가변 설치
2014
casted yeot(Korean taffy), Scrabble tile
dimensions variables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