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는 이곳

공, 유성펜
가변설치
2023

Here Where We Meet

plastic balls, permanent marker
dimensions variable
2023

 

이 작업은 개인전 “우리가 만나는 이곳”에 전시되었다.

현세진 개인전 - 우리가 만나는 이곳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때에 백그라운드 프로세스처럼 작동하고 있는 말들을 전시장에 꺼내어 본다. 이는 나에게 온 많은 말들 중에 내게 변화를 일으킨 것들이다. 그 말들은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왔는데, 돌아보니 내가 갖고 있던 고민에 대해서 타인을 통해 찾은 나의 답이었다. 어떤 일의 과정 중에는 어디로 가는지 보이지 않지만, 원하는 곳 근처에 도달하기를 바라며 나는 이 말들과 함께 가고 있다. 어떤 말들은 아직 유효하고 어떤 말들은 풍화되었지만, 지금까지 모아온 이 문장들은 나의 선택에 생긴 변화의 이정표이면서 대상과의 관계에 일어난 변화의 책갈피이기도 하다. 누군가와 함께했던 수많은 시간 중에 이렇게 타인의 말이 나의 말이 되는 ‘만남’의 순간이 있었다. 마음 속에 수집되고 전시장에 인용된 말들을 관객은 만지고, 두르고, 그 안에 파묻힐 수 있다. 작가와 관객의 두 세계가 교차하는 곳인 전시에서 새로운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만나는 이곳”전 , 탈영역우정국 전경 : <우리가 만나는 이곳>, <우리가 만났던 그곳>

 

“우리가 만나는 이곳”전 , 탈영역우정국 전경 : <우리가 만나는 이곳>, <우리가 만났던 그곳>, <깃발-담요>

“우리가 만나는 이곳”전 , 탈영역우정국 전경 : <우리가 만나는 이곳>, <우리가 만났던 그곳>

 
 

우리가 만나는 이곳

공에 쓰인 20개의 문장들은 친구, 가족, 동료 등 가까운 관계들에서 수집한 것이다. 크고 작은 고민을 이야기한 후에 들은 말들 중, 그 당시 내가 필요로 했던 말을 기억해 두었다. 발화의 순간이 지나도 말들은 마음에 남아서 마치 물리적인 밀도를 가지고 있는듯 나를 받치고 있었다. 손으로 공 하나하나에 텍스트를 써서 언어 자체를 구현하는 동시에, 말들을 당시의 맥락에서 꺼내어 교환될 수 있는 형태로 전시 공간에 채웠다.

나는 고민에 대한 이 잠정적인 답들이 고통스럽고 불편했던 상태를 지나, 몸을 누이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만들어 내기를 바랐다. 어른이 된 후 매우 오랜만에 들어가 본 볼풀장은 예상보다 유쾌한 공간이었다. 관객도 작업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공 위에 눕거나 공 속에 잠기는 등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마음이 드는 말이 있다면 공을 가져갈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관객 참여 공간*에서 공 위에 직접 쓸 수 있다. 이곳에서 여러 말들이 풀어져 나오는 ‘만남’이 있기를 기대한다.

 
 

The work was included in Solo exhibition : Here Where We Meet
Words that continue to operate when no work is being done, much like background processes, are taken out and displayed in the exhibition space. Among the many words that found their way to me, these are the ones that changed me. These sound bites occurred amidst my relationship with close friends and acquaintances, which, looking back, served as solutions to my worries. The destination is nowhere in sight while I’m still on my way there, but I continue onwards with these words, hoping that I would land somewhere close to where I intend to be. Some phrases are still valid to this day while others are not, but all of these sentences that I have collected so far have been milestones for the changes in the choices I’ve made, and earmarks for the changes in the relationships between the speakers and I. Out of the many moments that I’ve spent with someone, there are certain instances where other people’s words become mine - an “encounter” of sorts. Visitors can touch, wrap themselves with, and bury themselves in the words that I have accumulated in my heart and are quoted in the exhibition. I hope that new relationships form at the exhibition, where the artist’s and visitors’ worlds encounter one another.


Here Where We Meet

20 sound bites that are written on the plastic balls have been collected from close friends, family, and acquaintances. Among the many replies and responses I got after discussing the different issues that were on my mind, big or small, I remembered the ones that I needed to hear the most. Even after the moment they were uttered have passed the words stayed with me and have since supported me with an almost physical density. The sentences are hand-written on each of the balls to realize the language, which have been used to fill the exhibition space, so that they can be taken out of context and exchanged.

 

I hope that these replies that potentially alleviated some of my worries would move past the painful and uncomfortable stage to create a comfortable place to lie down and spend time on. My experience of diving into a ball pit after becoming an adult was much more enjoyable than I expected. The viewers can walk into the work, lie down in the ball pit, and enjoy it as they please. If there is a sound bite that they like, they are welcome to take it, and if they have a sound bite that they would like to share, they can write it on a new ball in the viewer participation area. I hope that this place can be one of “new encounters” where many different words can come out and intermingle.